갱년기는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에스트로겐(estrogen) 분비가 줄어드는 시기다.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체온 조절 중추가 영향을 받아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 같은 혈관운동증상(vasomotor symptoms)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건강·의료 매체 '웹엠디(WebMD)'는 갱년기 여성의 최대 85%가 어느 정도의 안면홍조를 겪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스트로겐이 줄면 칼슘 흡수율과 신장의 칼슘 보존 기능도 함께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 섭취는 호르몬 치료나 골다공증 진단을 대체하지 않는다. 다만 특정 식품에 든 파이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 식이섬유, 칼슘·비타민 D가 갱년기 증상 및 골밀도 변화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다룬 임상 연구가 보고되어 왔다. 이에 산부인과 전문의와 연구진이 근거로 제시한 식품 다섯 가지를 성분과 작용 원리, 연구 결과와 함께 정리했다. 1. 대두 식품 두부, 두유, 풋콩 같은 대두 식품에는 이소플라본(isoflavones)이 들어 있다. 이소플라본은 파이토에스트로겐의 일종으로, 화학 구조가 에스트로겐과 비슷해 체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약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트로겐이 줄어든 상태에서 이 결합이 체온 조절과 관련된 신호를 일부 보완할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다만 이소플라본의 작용 강도는 체내 에스트로겐보다 훨씬 약하다. 2012년 학술지 Menopause에 게재된 'Extracted or synthesized soybean isoflavones reduce menopausal hot flash frequency and severity' 메타분석에 따르면, 이소플라본을 6주에서 12개월간 섭취한 집단에서 안면홍조 빈도가 위약군 대비 20.6%, 강도가 26.2%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제니스테인(genistein) 함량이 18.8mg을 넘는 경우 빈도 감소 폭이 더 컸다. 산부인과 임상 교수 마셸 세이벨 박사(Dr. Machelle Seibel, 매사추세츠대 의대)는 웹엠디(WebMD)를 통해 "대두가 안면홍조의 빈도와 강도를 약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양호한 데이터가 있다"고 설명했다. 2. 통곡물 현미, 통밀, 귀리 같은 통곡물에는 식이섬유가 정제 곡물보다 많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장에서 에스트로겐의 재흡수를 줄여 혈중 에스트라디올(estradiol) 농도를 낮추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곡물 섭취를 늘리면 지방 섭취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고 체중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데, 체지방은 갱년기 이후 에스트로겐이 만들어지는 장소 중 하나다. 2012년 학술지 Menopause에 게재된 'Effects of a dietary intervention and weight change on vasomotor symptoms in the 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에 따르면, 지방 섭취를 줄이고 과일·채소·통곡물 섭취를 늘린 식단을 유지한 집단은 1년 뒤 안면홍조가 사라질 가능성이 대조군보다 1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체중이 10% 이상 줄어든 집단에서는 그 폭이 23%로 확인됐다. 3. 칼슘·비타민 D 강화 유제품 우유, 요구르트, 치즈에는 칼슘(calcium)이 들어 있고, 강화 제품에는 비타민 D(vitamin D)가 추가된다. 비타민 D는 체내에서 활성형인 1,25-다이하이드록시비타민 D3로 전환된 뒤 장에서 칼슘 흡수를 돕는다. 에스트로겐이 줄면 칼슘 흡수 효율과 신장의 칼슘 재흡수 기능이 함께 떨어지므로, 폐경 이후 필요한 칼슘 섭취량은 그 이전보다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폐경학회(NAMS)는 폐경 전후 여성의 칼슘 섭취 목표를 하루 1,200mg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6년 학술지 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게재된 'the Postmenopausal Health Study'에 따르면, 55~65세 폐경 후 여성 101명을 대상으로 칼슘 약 1,200mg과 비타민 D3 7.5μg이 강화된 유제품을 12개월간 섭취하게 한 집단에서 골반·척추 전체·전신 골밀도가 대조군보다 양호하게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연구에서 칼슘만 보충한 집단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4. 등푸른 생선 고등어, 연어, 정어리에는 오메가-3 지방산(omega-3 fatty acids)인 EPA와 DHA가 들어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염증 유도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세포막 구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갱년기 이후 여성은 에스트로겐 감소와 함께 혈중 지질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데, 오메가-3 지방산은 중성지방 수치와의 관련성이 보고되어 왔다. 2023년 학술지 Nutrients에 게재된 'Effects of Omega-3 Polyunsaturated Fatty Acids Intake on Vasomotor Symptoms, Sleep Quality and Depression in Postmenopausal Women: A Systematic Review'에서는 무작위 대조 시험 9건을 종합했다. 이 가운데 4건에서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이 개선되는 경향이 확인됐으나, 전체를 종합한 결과에서는 혈관운동증상·수면의 질·우울 증상 개선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 아마씨 아마씨에는 리그난(lignans)이 들어 있다. 리그난은 파이토에스트로겐의 일종으로, 장내 세균에 의해 엔테로락톤(enterolactone) 등으로 전환된 뒤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씨에는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pha-linolenic acid)과 식이섬유도 함께 들어 있다. 갱년기 증상에 대한 아마씨의 효과는 연구마다 결과가 엇갈린다. 2007년 미국 메이오클리닉 연구진이 Journal of the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에 발표한 예비 연구에서는 6주 섭취 후 하루 안면홍조 횟수가 평균 7.3회에서 3.6회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연구진이 참가자 1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1년 무작위 위약대조 시험에서는 아마씨 섭취군과 위약군 사이에 안면홍조 점수의 통계적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소규모 예비 연구 결과가 대규모 시험에서 재현되지 않은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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