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체는 각막을 통과한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상을 맺게 하는 조직이다. 혈관이 없어 방수(aqueous humor)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는다. 수정체 단백질의 90% 이상은 크리스탈린(crystallin)이 차지한다. 이 단백질이 산화돼 서로 엉기면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다빈도 질병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노년성 백내장 입원 환자는 33만 7,270명으로 전체 입원 원인 1위를 기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요수술 통계연보에서는 같은 해 백내장 수술 건수 역시 66만 4,306건으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백내장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데는 식습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2016년 국제 안과 학술지 '오프탈몰로지(Ophthalmology)'에 발표된 쌍둥이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핵백내장의 진행은 유전적 요인이 35%, 식습관을 포함한 환경적 요인이 65%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안과 전문의의 조언과 역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정체 혼탁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식 5가지를 정리했다. 1. 키위 키위는 비타민C(ascorbic acid)를 공급한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에서 그린키위 100g의 비타민C 함량은 92.7mg으로, 1개(69g) 기준 약 64mg이다. 비타민C는 수용성 항산화 물질로, 방수에 농축된 상태로 수정체 단백질의 산화를 억제한다. 2016년 '오프탈몰로지'에 실린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의 코호트 연구는 여성 쌍둥이 2,054명의 수정체 혼탁도와 식이를 분석하고, 이 가운데 324명을 평균 9.4년간 추적했다. 비타민C를 음식으로 많이 섭취한 집단의 핵백내장 진행 위험은 33% 낮았다. 보충제로 비타민C를 섭취한 집단에서는 유의한 위험 감소가 확인되지 않았다. 안과 전문의 크리스토퍼 해먼드 교수(Christopher Hammond, MD, FRCOphth)는 미국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의 건강 정보 매체 '아이스마트(EyeSmart)'를 통해 "백내장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비타민C가 풍부한 식단으로 발병 시점을 늦추고 악화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 옥수수 노란 옥수수에는 루테인(lutein)과 제아잔틴(zeaxanthin)이 들어 있다. 두 카로티노이드는 수정체에 축적되는 색소다. 식품 카로티노이드 성분 분석 연구(Scott·Eldridge, 2005)에서 노란 옥수수 100g의 루테인 함량은 330㎍, 제아잔틴 함량은 209㎍이다. 흰 옥수수의 루테인 함량은 5.5㎍으로 낮다. 미국 간호사건강연구(Nurses' Health Study)는 45~71세 여성 간호사 7만 7,466명을 추적해 루테인·제아잔틴 섭취량 상위 5분의 1 집단의 백내장 적출 위험이 하위 5분의 1 집단보다 22% 낮았다고 보고했다. 사람 수정체 상피세포를 이용한 시험관 연구에서는 루테인과 제아잔틴을 처리한 세포에서 과산화수소로 유도한 산화 손상이 줄었다. 시험관(in vitro) 연구여서 사람이 음식으로 섭취했을 때의 효과로 바로 옮기기는 어렵다. 3. 토마토 2023년 학술지 '아이(Eye)'에 실린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코호트 연구는 백내장이 없던 성인 7만 2,160명을 평균 9.1년간 추적해 5,753명에게서 백내장 발생을 확인했다. 토마토를 주 5.2회분 이상 먹은 집단의 백내장 발생 위험비는 주 1.8회분 미만 집단 대비 0.94였다. 같은 연구에서 과일·채소를 주 6.5회분 이상 먹은 집단의 위험비는 주 2회분 미만 집단 대비 0.82였다. 셀레늄으로 백내장을 유도한 동물 실험에서는 리코펜을 투여한 집단의 핵혼탁 발생률이 9%로, 대조군 83%보다 낮았다. 동물 연구 결과여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4. 렌틸콩 렌틸콩은 콩류(legumes)에 속하며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으로 분류된다. 수정체에서 포도당은 알도스 환원효소(aldose reductase)를 거쳐 소르비톨(sorbitol)로 바뀐다. 소르비톨은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워 수정체 안에 쌓인다. 2014년 학술지 '인베스티게이티브 오프탈몰로지 앤드 비주얼 사이언스(Investigative Ophthalmology & Visual Science)'에 실린 메타분석은 7개 연구를 통합했다. 탄수화물 섭취량 최상위군의 노년 백내장 오즈비는 최하위군 대비 1.18, 혈당지수 최상위군의 오즈비는 1.15였다. 혈당지수 최상위군의 핵백내장 오즈비는 1.23이었다. 5. 사과 사과에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의 하나인 케르세틴(quercetin)이 들어 있다. 쥐 수정체를 이용한 실험에서 케르세틴은 과산화수소로 유도한 산화와 칼슘·나트륨의 세포 내 유입을 억제했다. 케르세틴이 알도스 환원효소를 억제해 소르비톨 축적을 줄인다는 보고도 있다. 영국 바이오뱅크 코호트 연구에서는 사과와 배를 주 7회분 넘게 먹은 집단의 백내장 발생 위험비는 주 3.5회분 미만 집단 대비 0.89였다. 같은 연구에서 감귤류와 녹색 잎채소, 베리류의 섭취량과 백내장 발생 사이의 연관성은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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