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이후 에스트로겐 단독 호르몬요법을 받은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부검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특징이 나타날 확률이 35%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전 치매 진단 확률과 기억력·인지 기능 저하 증상도 함께 감소한 것으로 확인돼, 그동안 논란이 됐던 호르몬요법과 치매 위험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성이 제기됐다. 2002년 발표된 미국 여성건강주도(Women's Health Initiative, WHI) 연구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합요법이 치매·유방암·심장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 발표 이후 폐경호르몬요법 사용률은 한때 27%에 달했다가 5% 미만으로 급감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관련 제품에 치매 위험을 경고하는 '블랙박스 경고문'을 부착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연구에서 당시 연구 대상자의 나이가 많았고, 이미 증상이 있던 여성이 다수 포함됐으며,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에게 주로 처방되는 에스트로겐 단독 요법과는 성분 구성이 다른 병합요법을 사용했다는 방법론적 한계가 지적돼 왔다. 이런 가운데 실제 부검 뇌 조직을 이용해 호르몬요법과 알츠하이머 병리의 연관성을 직접 확인한 연구는 그동안 부족했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 알츠하이머 조정센터(NACC)와 알츠하이머병 신경영상 이니셔티브(ADNI)의 50세 이상 여성 데이터를 활용해 에스트로겐 단독 폐경호르몬요법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NACC에서는 부검 자료가 있는 사용자 258명과 비사용자 2,701명을, ADNI에서는 사용자 110명과 비사용자 1,948명을 비교했다. 주요 분석 지표는 뇌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엉킴이었으며, 혈액·뇌척수액의 아밀로이드 수치와 치매 진단 여부, 기억력·일상생활 기능 저하도 함께 평가했다. 나이와 교육 수준, 인종, APOE4 유전자형, 고혈압 등 관련 요인은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분석 결과, 에스트로겐 단독 호르몬요법을 사용한 여성은 사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부검에서 알츠하이머 병리가 뚜렷하게 나타날 확률이 35% 낮았다. 이런 경향은 생체 표지자 분석에서도 함께 확인됐는데, 혈액과 뇌척수액에서 측정한 아밀로이드 축적량도 호르몬요법 사용자에게서 유의하게 낮았다. 임상적으로도 호르몬요법 사용자는 생전에 치매로 진단받을 확률이 39% 낮았고, 기억력이나 일상생활 수행 기능이 저하된 증상을 보일 확률도 33% 낮았다. 모든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스탠퍼드 의과대학 하디 호세이니(S.M. Hadi Hosseini) 부교수는 "혈액·뇌척수액 표지자뿐 아니라 가장 확실한 지표인 부검 뇌 조직까지 포함해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기준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연구"라며. "이처럼 대규모로 사후 부검 결과를 분석한 연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동 제1저자인 제니퍼 브루노(Jennifer Bruno) 강사는 "호르몬요법의 보호 효과가 나이나 APOE4 유전자형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여러 알츠하이머병 관련 지표에서 일관되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인 만큼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하며, 참가자 대부분이 호르몬요법을 비교적 늦은 나이에 시작한 만큼 실제 보호 효과는 더 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결과는 경구용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에 한정되며,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합요법이나 피부에 바르는 국소용 제형에는 표본 수 제한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Association Between Menopausal Hormone Therapy and Alzheimer Disease Neuropathology: 폐경 호르몬 요법과 알츠하이머병 신경병리학 간의 연관성)는 2026년 8월 국제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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