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은 매달 반복되지만, 진통제 복용을 둘러싼 잘못된 통념은 여전하다. '자주 먹으면 나중엔 안 듣는다',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참았다가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 복용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오히려 통증 관리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서승범 약사(회룡초록약국)와 함께 약국 상담에서 자주 접하는 생리통 진통제 관련 오해를 짚어보고, 올바른 복용 시점과 적정 용량을 알아본다. 자궁 수축이 통증 원인... 진통제 복용 '골든타임'은 통증 초기 생리통은 자궁 내막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자궁이 수축하며 발생한다. 이때 통증 유발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분비량이 늘어날수록 자궁 수축이 강해지고, 통증의 강도도 함께 커진다. 서승범 약사는 "약국을 찾는 여성들 중에는 생리통을 그저 참아야 하는 통증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자궁 수축이라는 명확한 기전이 있는 만큼 초기에 개입할수록 증상을 다스리기 쉽다"고 말했다. 통증이 어느 정도 심해진 뒤에야 진통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인식은 여전히 흔하다. 생리통 진통제에 주로 쓰이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통증 유발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 물질이 본격적으로 분비되기 전, 즉 생리 시작 직전이나 통증 초기에 복용할수록 효과가 더 크고 빠르게 나타난다. 서 약사는 "통증을 참았다가 약을 복용하면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통증이 본격화되기 전 초기 단계에서 복용해야 증상 완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해서 약효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통증이 강해진 상태에서는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려 상대적으로 약이 덜 듣는다고 체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평소 생리통 진통제를 복용하더라도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이 더디다면, 자신의 복용 시점이 적절한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NSAIDs는 내성 없어... 통증 심해졌다면 다른 원인 살펴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마약성 진통제와 작용 기전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마약성 진통제는 뇌의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해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수용체가 약물에 점차 둔감해지고,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해지는 내성이 나타난다. 반면 NSAIDs는 통증 유발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을 합성하는 효소(COX)의 작용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수용체 적응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복용한다고 해서 약리학적인 의존성이나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서승범 약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생리통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면, 이는 약의 내성 때문이 아니라 자궁근종 등 기저 질환이 진행됐거나 통증 민감도가 달라진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복적으로 통증이 심해진다면 내성을 의심하기보다 산부인과 진료로 원인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많이 먹는다고 효과 높아지지 않아... '천장 효과' 넘으면 부작용만 통증이 심하다고 정량보다 많은 진통제를 복용해도 효과가 비례해 커지지는 않는다. NSAIDs는 일정 용량을 넘어서면 진통 효과가 더 이상 늘지 않는 '천장 효과'가 나타나며, 오히려 위장장애나 신장 부담 등 부작용 위험만 커질 수 있다. 서승범 약사는 "통증이 심하다고 임의로 복용 횟수나 용량을 늘리기보다는, 성분별로 정해진 1일 최대 복용 횟수와 용량을 지키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부종 동반된다면 '파마브롬' 복합제 고려... 카페인 섭취 주의 생리 기간에는 황체호르몬 변화로 인해 체내 수분과 나트륨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하복부 팽만감이나 손발 부종을 함께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진통 성분 단일제보다 이뇨 작용을 돕는 파마브롬 성분이 포함된 복합 진통제(이부프로펜+파마브롬)를 선택하면 통증과 부종을 동시에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승범 약사는 "파마브롬은 이뇨 작용을 하는 성분으로, 생리통과 함께 붓기나 팽만감이 두드러진다면 단일 성분 진통제보다 파마브롬 복합제가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마브롬 함유 제품을 복용하면 이뇨 작용으로 소변 색이 진한 황색을 띨 수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파마브롬 자체의 이뇨 효과에, 카페인을 함께 섭취하면 이뇨 작용이 과해져 두근거림이나 불면이 심해질 수 있다. 복용 기간에는 커피나 에너지음료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공복 피하고 최대 용량 넘기지 말아야... 통증 지속되면 산부인과 진료 진통제는 빈속에 복용하면 위장 자극이 발생할 수 있어 가급적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생리통에 흔히 쓰이는 NSAIDs 계열 성분인 이부프로펜은 1일 최대 약 1,200mg이며, 통증이 심하다고 이 기준을 넘겨 복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제품마다 함량과 용법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복용 전 첨부 설명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정량, 조기 복용에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거나 생리 과다가 동반된다면, 자궁근종 등 기질적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위장이나 신장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다른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약사 등 전문가와 사전에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진통제 복용과 함께 온찜질이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골반 혈류를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카페인·염분 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도 통증 완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승범 약사는 "무작정 통증을 참기보다는 자신의 생리 주기를 파악해 진통제 복용 시점을 미리 계획하는 것이 통증 강도를 낮추고 일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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